이명찬 박사님과 한일역전
이명찬 박사님은 대략 3년 전에 한일역전이라는 책을 쓰셨다. 나는 안 읽어봤지만, 당시 사람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반일팔이 하는 거 아니냐는 비난도 받으셨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한일역전이 조금 수긍이 가는 분위기다.
한일역전의 분위기는 엔화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변에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당분간 앞으로 엔화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이명찬 박사님은 전망하신다.
엔화 가치 하락을 바라보는 기본적 시선
엔화 가치 하락을 엔저라고 한다. 엔저를 빌어 일본 여행도 많이 가지만, 엔화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엔저가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엔화는 가치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거의 기축통화급인 엔화의 가치가 다시 회복했었다.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으로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일본은 그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엔화를 팔고 금리를 많이 주는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기본적으로 있었다. 이제 미국의 물가가 슬슬 잡히고 있으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요즘 엔저를 바라보는 기본 시선이다.
엔저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이유
첫째, 일본 통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근본적으로 낮아졌다. 30년 전 일본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경제가 3.2배 증가하는 동안 일본의 경제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미국 통화량이 30년 동안 9배 증가하는 동안 일본의 통화량은 14배 증가했다. 외형성장은 없이 돈만 풀린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엔화를 계속 찍어내야 한다. 일국의 국가 예산은 팬데믹 이전 105조엔 규모였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에는 각종 지출이 늘어나면서 140조 엔으로 증가했다. 일본의 세금은 연간 70조 엔 정도인데, 나머지 70조 엔을 국채를 발행해 보존해야 한다.
일본에서 채권금리가 1%p 상승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27조 엔 규모의 이자부담이 증가한다고 한다. 일본은행의 자산이 11조 엔이다. 금리가 상승해서 일본은행이 부담할 수 없는 수 없는 이자 수준에 채권평가금 손실이 발생하면? 일본 중앙은행일지라도 다른 국가 중앙은행의 멱살을 잡고 엔화를 강매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금리는 인상할 수 없고, 일본은 대규모 채권을 계속 발행해야 한다.
셋째, 예상치 못한 곳에 꽂힌 아베의 화살. 아베 전 총리는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이 증가하고, 그렇게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설비, 인건비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해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봤다. 아베 총리가 예상 못한 것은 기업들이 돈을 벌어서 쌓아두기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근본적인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엔화의 매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넷째,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 해외투자. 일본은 경상수지가 해외투자로 매년 35조 엔 흑자를 기록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일본에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해외에 재투자가 된다고 한다. 무역수지도 악화되고 있다.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입 단가가 폭등했다. 2021년부터 무역적자가 발생 중이다.
다섯째, 일본은행의 총알이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달러는 1조 3000억 달러쯤?에 달한다. 2023년 일본은행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투입한 돈인 600억 달러라고 한다. 총알 많네 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1조 1000억 달러는 미국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 채권을 팔면, 미국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그러면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 벌어지고,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할 이유는 더 커진다. 그래서 실제로 일본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총알은 2000억 달러인데, 이미 600억 달러는 사용했다.
일본의 YCC 정책 수정으로 금리 상한선이 올라갔음에도 엔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아래 전광우 아저씨의 인터뷰를 요약해둔 글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인플레이션으로 부채 녹이기
엔화 가치의 하락 엔저는 일본 정부가 유도하는 상황이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경제학 기초에서 배웠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에게 유리하다. 5억 빚내서 샀던 10억짜리 아파트가 인플레이션으로 15억이 되면 부채비율이 50%에서 33%가 된다. 일본 정부는 엄청난 채무자이다.
그래서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내년에 일본여행을 위해 엔화를 좀 사둘까 했는데 천천히 해도 되겠다. 이명찬 박사님의 엔저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으면, 아래 유튜브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증시각도기 곽상준 아저씨 유튜브에 나와서 나눈 대담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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